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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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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s
2023/06/13 괄호> 13.06.2023 2:27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리 동네 명호 동호 진호 성호 인호 상호 괄호 중에 내 이름은 괄호 나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바구니, 세상에서 가장 깊은 바구니를 가지고 있죠 이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나는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괄호, 가장 커다란 바구니 이 안에 들어오는 것은 이 안에 심기는 것입니다 이 안에 들어오는 것은 나로 인해 자라 잎사귀를 펼치고 열매를 매답니다 나는 괄호 내...
2023/06/12 <내 삶의 길목에서> 12.06.2023 3:5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해 뼈에 좋다고 해서 사골을 끓였습니다. 친정집에 있는 커다란 압력솥에다..이런 건 은근히 오랫동안 끓여야 하는데 큰 압력솥에 사골을 넣고 잡 내를 없애기 위해 한번 끓여내고 속전속결로 사골과 소고기를 넣어 또 한 번 압력솥에 끓였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끓인 후 첫물을 따로 담아두고 다시 두 번째를 끓였습니다. 한참을 끓이다가 불을 낮추어 은근...
2023/06/12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12.06.2023 2:26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죽을병 걸려 반년 병원에 엎드려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풀려나온 날 사람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인사를 했다 왜 내가, 살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인사해야지 저쪽에서 거꾸로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인사하는 걸까? 그때는 그것이 궁금했었다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구나 싶었다 같이 밥 먹어줘서 고맙습니다 사랑해줘서 고맙습니다 당신...
2023/06/10 <내 삶의 길목에서> 11.06.2023 3:52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남자와 여자 쌍둥이를 키우는 고2 맘입니다. 아이들이 남녀공학을 다니는 관계로 같은 학교에 배정 받았습니다. 근데 얼마 전 아이한테서 들은 한 선생님의 말이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윤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인데 우리 딸아이가 있는 여자학급에 들어가서 ‘여러분은 결혼을 하지 마십시오. 여자는 결혼을 해서 딱히 얻는 이익이 별로 없습니다. 결혼을 하는 순간 남편 뒷바라...
2023/06/10 <꽃차 같은 친구> 11.06.2023 2:29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쪼글쪼글 말라붙은 꽃잎차 뜨거운 물 부으니 쭉 쭉 쭉 구겨졌던 속 다 드러낸다 꽃술도 꽃잎도 색깔도 기지개 켜듯이 샅샅이 친구야, 너는 무엇을 부었을 때 동백꽃보다 더 활짝 피어날 것 같니? 나는, 네가 내게 쏟아질 때 벌레 먹은 속내까지 속속들이 다 펴지는데 울음도 웃음도 몽땅 터지는데 권애숙 시인의 <꽃차 같은 친구> 친구들과 만나 징하게 수다를 떨 때가 있어요....
2023/06/09 <뭐 먹고 싶어? 라는 물음에> 11.06.2023 3:5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뭐 먹고 싶어? 그런 물음을 들을 때 나는 남편이 물으면 '당신 먹고 싶은 거.' 아이들이 물으면 ‘너희들 먹고 싶은 거.' 그래도 꼬치꼬치 물어보면 그저 '아무거나' 였습니다. '내가 한 밥 말고 남이 한 밥이면 다~~맛있어.' 라고.. 그러다가 작년 이맘때쯤 지인이 밴댕이가 제철이라며 강화도에 밴댕이 먹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강화 풍물시장에서 밴댕이 정식을 먹는데....밴댕이 회,...
2023/06/11 <저녁을 거닐다> 11.06.2023 3:32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2023/06/09 <오누이> 11.06.2023 2:46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57번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을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바짝 당겨앉으며 ‘오빠 여기 앉아’ 비운 자리 주먹으로 탕탕 때린다 ‘됐어’ 오래비자리는...
2023/06/11 <중고거래를 하다 보면> 11.06.2023 4:0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요즘 제 아내는 중고거래에 푹 빠져 있습니다. 하루는 퇴근길에 중고거래를 하기 위해 외출한다는 아내, "이제 우리는 우유병 소독기는 필요 없잖아? 출산한 분이 필요하다고 해서." "날도 어둡고 내가 다녀올게. 얼마 받으면 돼?" "6만 5천원. 절반 넘게 깎아 준 거니까 절대 네고 해 주지 말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미혼...
2023/06/08 <늦은 소원> 08.06.2023 2:31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봄이 되면 밭가에 사과나무를 두 주 심었으면 좋겠구나 그러세요, 제가 산림조합 나무 시장서 조생종으로 사다 드릴게요 그만두자, 옆 밭에 그늘지면 농사 안 된다 아니요 그냥 심으세요, 농사가 안 되면 얼마나 안 될라고 그만두자, 내가 그 사과를 먹을 날까지 살겠냐 아니요, 요즘 사과나무는 심으면 이태부터 달려요 그냥 심으세요 녹내장 수술을 한 어머니 눈에 불빛이 잠깐 어린...
2023/06/08 <세월무상> 08.06.2023 3:5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한쪽 손은 지팡이 한쪽 손은 휘어진 허리위에 얻고 조심조심 한걸음 두 걸음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팡이에 힘을 너무 많이 싫은 듯 지팡이가 후둘 후둘 떨리고 발 길이의 2분의1 이상 넓히지 못하고 걷습니다. 지나가는 차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까지 ....수많은 바퀴들이 굴려가지만 모두들 느림보 할아버지를 잘도 피해갑니다. 소방도로이고 한적한 곳이지만 할아버지가 인도를 걷지...
2023/06/07 <강을 건너는 다리가 되고> 07.06.2023 2:26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나무는 추운 날 얼음판의 팽이가 되고 꿈을 키우는 책상이 되고 사각사각, 파를 써는 도마가 되고 성적표에 꾹 찍어 주는 도장이 되고, 나무는 강을 건너는 다리가 되고 집을 짓는 서까래가 되고 기둥이 되고 참외밭의 참외를 지키는 원두막이 된다. 때로는 일기장의 종이가 되고 세상을 내려다보는 창틀이 된다. 나무는 오랜 세월을 홀로 서서 사는 동안 저보다 남을 위해 쓰여질 일을...
2023/06/07 <내 삶의 길목에서> 07.06.2023 3:52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딸이 전화를 했습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망설이는 게 전화기 너머로 느껴집니다. 무슨 일이 있냐 했더니 아무 일 없고 갱년기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언제든 오면 되지 뭘 망설이냐?’ 했더니 ‘엄마는 아빠가 힘들게 할 때 어떻게 견뎌냈냐’ 고 묻습니다. 오래전 딸이 어릴 때 집에 걱정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모르게 처리한다고 했는데 딸이 말은 안...
2023/06/06 <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 06.06.2023 2:26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릴 때, 두 손으로 받들고 싶도록 반가운 말은 저녁 무렵 아버지가 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 정육점에서 돈 주고 사온 것이지마는 칼을 잡고 손수 베어온 것도 아니고 잘라온 것도 아닌데 신문지에 둘둘 말린 그것을 어머니 앞에 툭 던지듯이 내려놓으며 한마디, 고기 좀 끊어왔다는 말 가장으로서의 자랑도 아니고 허세도 아니고 애정이나 연민 따위 더더구나 아니고 다만 반갑고...
2023/06/06 <낯선 동네의 옷 수선 집> 06.06.2023 3:00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이사하고 낯선 동네에서 맘 붙일 곳이 없어 어느 날엔 동네 도서관에도 가보고 어느 날엔 동네 커피 집에도 가보고, 마트도 가보고 해도 여전히 낯설고 마음이 우울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옷 수선할 일이 있어 집근처에서 수선 집을 찾던 중 건물 한 귀퉁이에 자리한 수선 집을 발견하고 옷을 맡겼는데 사장님 솜씨가 너무 좋아 한 두 번 갈 때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수선집...
2023/06/05 <어머니의 울타리> 05.06.2023 3:52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머니는 2남 4녀 중 맏딸인데 어린 시절 동생들을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 농촌의 없는 살림에 동생들마저 공부시킬 수 없다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생들에게 객지에 가서 까지 공부하라고 엄마가 등 떠밀어서 공부시켰다고 합니다. 훗날 이모들은 무사히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가정을 꾸려서 경제적으로 넉넉...
2023/06/05 <빨래 너는 여자> 05.06.2023 2:28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런닝 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이 허공을 건너 햇빛을 건너 빨래통에 담겨 있는 우리의 살에 스며든다, 어물거리...
2023/06/02 <이름 찾기> 04.06.2023 3:4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언제부터인가 내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엄마, 어~~이, 누구누구 엄마, 언니...형님...유일하게, 가끔 한 번씩 몸이 안 좋을 때 가는 병원이나 은행에서나 제 이름을 불러줍니다. 그래서 예쁜 첫딸 낳았다고 좋아하셨던 아버지가 지어 주신 내 이름을 찾기로 했습니다. 먼저 남편에게 앞으로 나를 부를 때 ‘어~이’ 라고 부르면 대답 안 할 거라고 했더니 갑자기 왜 그러냐는 눈으로 쳐다...
2023/06/02 <해 질 무렵> 04.06.2023 2:27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해 질 무렵이면 무거운 것이 가볍다 가벼운 것이 무겁다 해 질 무렵이면 배가 고파도 배부르다 배가 불러도 배고프다 해 질 무렵이면 보고 싶어도 보고 싶지 않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고 싶다 해 질 무렵이면 좁은 골목길에 텅 빈 물지게를 지고 걸어가는 사람이 아름답다 무거울 때는 가볍게 가벼울 때는 무겁게 흔들리다가 엎어져 텅 빈 물통의 물을 다 쏟아버린 사람이 아름답다 정...
2023/06/04 <저녁을 거닐다> 04.06.2023 3:21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2023/06/03 <고장난 사진기> 04.06.2023 2:26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나는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보이는 것은 모두 찍어 내가 보기를 바라는 것도 찍히고 바라지 않는 것도 찍힌다 현상해보면 늘 바라던 것만이 나와 있어 나는 안심한다 바라지 않던 것이 보인 것은 환시였다고 나는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내 사진기는 내가 바라는 것만을 찍어주는 고장난 사진기였음을 한동안 당황하고 주저하지만 그래도 그 사진기를 나는 버리지 못하고 들고...
2023/06/03 <사춘기 밤송이 딸> 04.06.2023 3:11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올해 고등학생이 된 사춘기 우리 딸. 묻는 말에 대답도 잘 안 하고 늘 방문을 콕 닫고 들어가,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는 날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때마다 "네가 사춘기면 엄마는 갱년기야. 갱년기가 사춘기 이긴다는데 엄마는 도저히 너를 못 이기겠다. 정말 넌 왜 이렇게 까칠한 거니?" 하면 딸아이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외할머니가 그러시던데 엄마는 중학교 때부터 그랬다면서....
2023/06/04 <내 삶의 길목에서> 04.06.2023 3:43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이모가 유명 브랜드 다리미를 샀는데 3개월 쓰고 고장이 났다고 합니다. 다리미에서 스팀이 힘 있게 뿜어져 나오지 않고, 물 세듯이 힘없이 줄줄 흐른다고.. AS 맡기려고 하다 귀찮아서 그냥 쓴다고 합니다. 저는 집에 와서 저희 집 다리미를 봤습니다. 이 다리미는 1983년도에 아빠가 해외 건설노동자로 일하면서 사온 다리미입니다. 얼마나 튼튼한지 그 동안 한 번도 고장 난적이 없...
2023/06/01 <슈퍼 호박> 01.06.2023 3:34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그 유명한 슈퍼 호박을 심었더니 금 새 튼실한 놈들이 나옵니다. ''역시 초보 농사꾼이 처음은 잘 짓는단 말이야.'' 위 밭에 농사짓는 언니 말씀입니다. 2주 만에 올라가 보니 입을 닫을 수 없을 정도로 호박이란 놈이 커 가고 있었습니다. 여기도 저기도 신기하게 발견한 것 만해도 6개나.. 이 많은 걸 누굴 줄까 생각하다 혼자 코웃음을 치고 말았습니다. 8년 전부터 건강을 위해 시...
2023/06/01 <여름> 01.06.2023 2:45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은어가 익는 철이었을 것이다. 아니다. 수박이 익는 철이었다. 통통하게 알을 밴 섬진강 은어들이 더운 몸을 더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찬 물을 찾아 상류로 상류로 은빛 등을 파닥이며 거슬러 오를 때였다. 그러면 거기 간전면 동방천 아이들이나 마산면 냉천리 아이들은 메기 입을 한 채 바께쓰를 들고 여울에 걸터앉아 한나절이면 수백마리의 알 밴 은어들을 생으로 훑어가곤 하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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